가을을 타다
- 가을을 걷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 길 걸어서
나뭇잎 사이사이로
간간이 비춰오는 햇살에
걷는 오솔길은
둘이 하나가 되는
길이 아닌
혼자가 둘이 되어
만남이 되어가는 길
그대
굽이 굽이치는 강물처럼
외딴섬 외로이 우뚝 서있는
장군봉 아래
병풍을 두르듯
치마 성을 이루어 보자
여름을 다 품지 않은 산 허리둘레에
뉘어있는 저 운해의 물결을
타고 떠나는 가을 숲 속 길을
또다시 걷는다
아직도 남아있을
여름의 끝자락 계곡에 흘러내리는
찬 이슬에 젖어버린 그대 머릿결
당신 머릿결에 얼어붙어가는
새끼줄 동여매어 똬리 틀어놓은
둥지를 품은 어미새의 마음을
놓아주러 떠나자
그대와 함께 걷는
이 길이라면
어딘들 쉬어가도 좋다
아주 오래전에
꿈속에서 그대와 거닐던
그 길이 지금 내 앞에 있다
2022.9.8 치악산둘레길 11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