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 물렸소이다

- 사랑에 물렸소이다

by 갈대의 철학

뱀에 물렸소이다

- 사랑에 물렸소이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뱀에 물렸소이다

치악산 자락 길을 거닐다

산전수전 삼수갑산 풍광에 취해

뱀에 물러도 감각이 없었소이다


뱀에 물렸소이다

뱀에 물려

퉁퉁 붓고 다리가 땡땡거립디다


뱀에 물려도 몰랐고

뱀에 물렸어도

아픈 줄을 몰랐더랍니다


뱀에 물렸더랍니다

물린 뱀 이빨 자국에 난 상처가

영광의 상처가 될 줄을

꿈에도 몰랐더랍니다


팔월 한가윗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은 마음으로


온 동네 떠나갈 듯

들썩들썩 동네 아방궁에

장작불 때여

불에 데었는지

술독에 빠졌는지


다음날 아침에 두 눈 뜨고

살아있으면


내 생애 마지막 한 숨을 거둘 때까지

당신을 위해 일평생 일궈온

못다 한 사랑을 위해


이 한 몸 뱀에 물렸던 마음으로

죽을 때까지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바치리다


2022.9.9 치악산 금대리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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