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Oct 11. 2022

국화

- 모질 태생

국화

- 모질 태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뜨거운 여름 지나고

꽃들이 다음

생을 위한 채비를 서두를 때


너는 느지막한 찬바람에

나의 옷깃을 여 매어 시쯤에야

더욱 청초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그렇게 피어났어야 할 운명으로

다가서는 것이 너의 본래의

원시적인 마음의

나의 어머니로서

다시 태어났어야만 하였는가?


추울 때 아름답고

서리 맞을 때 더욱 예쁜

그리고 꿋꿋이 삶을 다하여

매서운 찬바람에 흰 눈에 덮여

설원에 설화로 다시  피어나기까지


이 세상에 이렇게 모질 태생에

죽지 못해 얼어버린 채로

피어나야 하면서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렇게 더 인내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동병상련의 꿈이여

그대는 지금 어디서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흰 서리가 하얗게 백발 되어

얼어버린 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의 미덕이요

너의 달관의 세상이련가


내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세찬 바람이 불어와서야

네 머릿결이 왜 이리도

저 햇살에 빛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나의 어머니의 뒤안길이

곧 나의 길이련가 하련다


2022.10.9 강변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기다린 시간은 길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