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 모질 태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뜨거운 여름 지나고
꽃들이 다음
생을 위한 채비를 서두를 때
너는 느지막한 찬바람에
나의 옷깃을 여 매어 올 시쯤에야
더욱 청초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그렇게 피어났어야 할 운명으로
다가서는 것이 너의 본래의
원시적인 마음의 모태인
나의 어머니로서
다시 태어났어야만 하였는가?
추울 때 아름답고
서리 맞을 때 더욱 예쁜
그리고 꿋꿋이 삶을 다하여
매서운 찬바람에 흰 눈에 덮여
설원에 설화로 다시 피어나기까지
이 세상에 이렇게 모질 태생에
죽지 못해 얼어버린 채로
피어나야 하면서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렇게 더 인내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동병상련의 꿈이여
그대는 지금 어디서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흰 서리가 하얗게 백발 되어
얼어버린 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의 미덕이요
너의 달관의 세상이련가
못내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세찬 바람이 불어와서야
네 머릿결이 왜 이리도
저 햇살에 빛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나의 어머니의 뒤안길이
곧 나의 길이련가 하련다
2022.10.9 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