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서리
- 서리 맞는 가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장미의 도도 함이여
점점 늙어가는 이 가을에
어찌 그리 아름다움에 취해
가시가 돋친 마음도 숨겨놓았는가?
그대가 상냥하게 말을 건넬 때에는
나도 모르게 꽃향기에 취해
그 말이 진실인 줄 알았소
그러나,
바람에 날아간 꽃향기가
나의 코끝의 간지러움을 피우고
문득 꿈에서 깨어나 보니
어느 세찬 바람 불어와
내 곁에 장미 한 송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장미의 가시에 찔린 아픔에
두 눈을 떠보니
내 눈앞에 그대를 바라보게 되었소
이제야 알 것 같소
가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진실을
그대가 깨우쳐 주는 것이
비단, 그대의 순수함의 결정체인
무지함에서 진실을 보게 될
현실의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오
서리가 내리던 날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어쩌면 아직도 자아도취에 빠져있을
그대를 생각하노라면
하얗게 서리를 맞을 채비에도
그대의 가시는
더욱 비장의 무기가 되어가오
2022.10.17 장미의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