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되기까지
-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한 사람은 꽃으로 태어나
야생화의 들꽃이 되어
민들레 홀씨 처럼 훨훨 날아가
눈 내린 어느 흰 겨울날에
눈꽃으로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랑은 청허 한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리도록
티 없이 맑은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되어 흘러 흘러 떠나가는
목마른 이에게 생명의 젖줄이 되어
사막의 오아시스로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람은 밤하늘 별님으로 태어나
이정표가 되고
길 잃은 이들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반짝이는 별자리가 되어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랑은 밤하늘 달님으로 태어나
어둠 속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실낙의 빛을 구원한
어머니의 다정스러운 눈길이 그리운
등대가 되어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람은 가슴에 적시운 그리움이
비가 되고 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 떠나와
파도의 성채로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랑은 저 하늘 구름이 되어
정초 없이 부평초 되어 떠돌다
바람이 불어주기를 한없이 기다리고
인생의 무상함에
덧없는 마음이 되어가는
미더운 사랑도 떠나보내며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람은 점점 물들어가는
이 가을에 깊어가는 청춘의 꽃이
저 붉디붉은 단풍의 시름에 떨어진
한 꽃잎에 물들어 떨어지는
단풍에 떠나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계곡길에 떨어진 단풍 낙엽에
붉은 융단을 타고 떠나는
이 가을에 청춘의 마음은 푸르름이라고
단풍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 거라는
한 햇살에 떠내려온
단풍의 돛단배에
작은 햇살을 싣고 떠나가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낙엽이 되기까지
아직은 나의 가야 할 길은
못다 걸은 가을 단풍숲 속 길이 아니기를
낙엽이 지기까지
나의 가을은 아직도
그해 못다 이룬 여름을 기억하고
낙엽이 빛바래어 퇴색되지 않은
석양에 물들어가는 단풍이 아니기를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나의 못다 한 청춘은 기다리지 않을 거라
떨어지며 날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단풍의 마음이지
나의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단풍이 물들어 오면
그때가 나의 열정의 미완성이
다시 꽃 피우는 계절이 돌아오고
지난 여름날
붉은 태양의 식지 않은 마음이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잔가지에 매달려 있는
마지막 낙엽의 위로가
진정으로 내가 만추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 떠나갑니다
시월에 떠나는 마음은
단풍보다 더 붉고
노을빛보다 더 아름다우며
흰 겨울을 기다리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보다
더 청춘이다 말하렵니다
2022.10.31 시월에 마지막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