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Oct 31. 2022

낙엽이 되기까지

-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낙엽이 되기까지

-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한 사람은 꽃으로 태어나 

야생화의 들꽃이  

민들레 홀씨 처럼 훨훨 날아가

눈 내린 어느 겨울날에

눈꽃으로 다시 태어나고


사랑청허 한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리도록

티 없이 맑은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되어 흘러 흘러 떠나가는

목마른 이에게 생명의 젖줄이 되어

사막의 오아시스로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람은 밤하늘 별님으로 태어나

이정표가 되고

길 잃은 들에 길잡이되어주는

반짝이는 별자리가 되어 다시 태어나고


사랑은 밤하늘 달님으로 태어나

어둠 속에 방황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실낙의 빛을 구원한

어머니의 다정스러운 눈길이 그리운

등대가 되어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람은 가슴에 적시운 그리움이

비가 되고 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 떠나와

파도의 성채로 다시 태어나고


사랑은 저 하늘 구름이 되어

정초 없이 부평초 되어 떠돌다

바람이 불어주기를 한없이 기다리고


인생의 무상함에

덧없는 마음이 되어가는

미더운 사랑도 떠나보내며

다시 태어나고


한 사람은 점점 물들어가는

이 가을에 깊어가는 청춘의 꽃이

저 붉디붉은 단풍의 시름에 떨어진

한 꽃잎에  물들어 떨어지는

단풍에 떠나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계곡길에 떨어진 단풍 낙엽에

붉은 융단을 타고 떠나는

가을에 청춘의 마음은 푸르름이라고

단풍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 거라는


한 햇살에 떠내려온

단풍의 돛단배에

작은 햇살을 싣고 떠나가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낙엽이 되기까지 

아직은 나의 가야 할 길은 

못다 걸은 가을 단풍숲 속 길아니기를


낙엽이 지기까지 

나의 가을은 아직도

그해 못다 이룬 여름을 기억하고

낙엽이 빛바래어 퇴색되지 않은

석양에 물들어가는 단풍이 아니기를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나의 못다 한 청춘은 기다리지 않을 거라

떨어지며 날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단풍의 마음이지

나의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단풍이 물들어 오면

그때가 나의 열정의 미완성이

다시 꽃 피우는 계절이 돌아오고


지난 여름날

붉은 태양의 식지 않은 마음이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잔가지에 매달려 있는

마지막 낙엽의 위로가

진정으로 내가 만추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 떠나갑니다


시월에 떠나는 마음은

단풍보다 더 붉고

노을빛보다 더 아름다우며

흰 겨울을 기다리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보다

더 청춘이다 말하렵니다


2022.10.31 시월에 마지막 서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기차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