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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14. 2022

강 따라 떠나오고

-  바람 따라 떠나가네

강 따라 떠나오고

-  바람 따라 떠나가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강 따라 흘러서 가라 

떠나갈 마음이여 

깊고 깊은 계곡  길에서

나는 너를 또다시 만난다


떠내려온 단풍잎 하나에

건네준 퇴색된 마음이여

길 잃은 이의 사연이 되어주려 

나는 떠나야만 한다


그렇게 슬픈 계절에  만난 너를

나는 너에게로 다가간다는 현실

슬픈 아픔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하는

황랑 한 들녘에 다가올

보라와 맞서기 위한

내일을 기다려야만 한다


떠내려온 단풍잎 배에

드리운 햇살에 노 젓는 뱃사공이


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고

너는 강줄기가 되어 흘러가는

우린 서로 타인의 마음이 되고파

다른 물줄기와  다시 만나는

인연의 바다로 떠나야만  한다


너의 마음의 시작은

단풍잎 되어 떠나가 버린 그날이었다


수많은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더 이상의 전달자가 아닌

기억의 상실자가 된다


너의 날렵하고 가벼운 마음이

부딪혀오는 바위를 깨우지 않으면

다소 무겁고 버겁지만 않은 마음이

우리가 강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가서는 안된다


단지,

바다와 만나는 폭포에 이르러서는

바람의 배가 정박해  놓은

어느 어부의 손짓을 

우리는  이상 기억을 하지 말아야 한다


2022.11.4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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