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감추기
- 마음 들추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의 기운을 타고 태어나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은
무릇 긴 겨우내 긴 단잠을 설쳐 깨운
아지랑이 마냥 가물가물 거려
입는 둥 마는 둥 옷가지 주섬주섬
파란 옷 입고 태어난 너를 바라볼 때면
내 마음 꺼내놓고 네 마음을 들춘다
어린 순수 백합의 은은함에 취해
목련의 황홀함에 홀릭된 채
네 진정한 마음을 감추지도 못하고
겉만 바라보게 하는 너의 마음 감추기
여름에 옷을 벗어던져 버린
마음 들추기
봄에 살 찌운 무거운 마음들
그동안 감춰둔 마음을
하나 둘 바다에 던져버리고
이에 질세라 떠나간 파도는 다시
아직은 너의 마음을 감출 수 없을 뿐
떠나보내지 못하게 한다
너의 마음은 가을이 오면
본색을 드려내 놓고 감출 수 없는
어느 빛바래어 떠나온 한 햇살에
울긋불긋 현란한 가을바람 춤 시위에
흔들릴라 떨어질라 불어오는 바람에
그저 가을의 입김으로도 날아갈
가냘픈 너의 여린 목선의 속살이
애뜻이 비출 때 너의 마음은
태양의 황도 따라 떠나는
네 길의 여정길이 되어 만난다
마음을 감추다.
바람에 들킬세라
마음을 들추다.
탑처럼 쌓인 낙엽에게 들킬세라
그 마음이 곧
불어 닥칠 찬바람을 기다리는
허공으로 떠나는 마음이다
겨울이 오면
네 전라의 몸짓에서
나는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
고요한 물결에 이는 너의
수줍디 수줍은 마음이 열리는 순간
어느새 하얀 설원에 피어난 꽂이
진정 네 마음을 감추기에
급급하지도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그리움의 보상이 하늘에서 잃어버린
네 자유를 꿈꾸는 순간이 된다
5022.11.26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