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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타들어 가는 마음

- 석양에 물들어가는 마음

by 갈대의 철학

노을에 타들어 가는 마음

- 석양에 물들어가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석양에 물들어간 나의 어린 시절은

서산 나무숲 사이에 걸린 채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던

꿈 많았던 한 소년의 나무가 자라었네


지금에 이곳을 떠나와 보니

새로운 보금자리에 피어난

붉은 꽃 한 송이 진자리는

민들레 홀씨 되어 떠나가버리고


노을에 타들어간 그대 마음

언제 오려나

올망졸망 기다리던

아련한 옛 마음이 되어갔네


어느새 진자리 마른자리가 되어

그곳을 떠나가 버리고

먼산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노라니


태양에 이글거리던 내 눈가에 맺힌

가물가물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사랑도 떠나간

노을 진 여울목엔 체망도 걸리지 않고

떠내려온 사랑만이 강물 따라

저 물길 되어 떠나가 버렸네


어느새 기러기 한쌍이

저물어가는 석양 속으로 사라지고

저녁 노을빛에 타들어간 별빛이 녹아

밤하늘 찬 이슬 되어 떨어져 버린

나의 소싯적 마음은


어느새 너의 마음에

서리꽃을 피어나게 미련도

새벽 여명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발길엔

지는 석양을 다시 맞이할

떠오를 태양의 마음을 훔치려

또다시 이 길을 나서네


2022.10.27 간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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