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픔에도 가라앉지 말아 다오

- 한 햇살은 한 마음을 녹인다

by 갈대의 철학

슬픔에도 가라앉지 말아 다오

- 한 햇살은 한 마음을 녹인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해야 해야

슬픔에도 가라앉지 않고

고통에도 잠들지 않는

스스로의 위안에 맞서는 용기를 낼 수 있는

한 햇살의 위대하고 담대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게 해 다오


침묵이 더 이상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은반 위의 접시를

깨트릴 수밖에 없고

나의 두 손에 가득한 진공의 포장을

알현될 수 있도록 경배를 위로하자꾸나


깨어나라.

곧 맞이할 장대함의 예찬함이여


또 하나의 쓰러지지 않는

기억의 벽체에 걸어놓지 못한

어느 잃어버린 자아에 대한

회한의 자존감을 세워주자


일어나라.

쓰러질 듯이 말듯이 넘어가는 애잔함이여


네 모습에서 희망을 불러보고

어느 시인의 눈빛이 붉게 타오르며

수심에 가득 찬 고뇌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 수줍 함에서

너의 순수함의 백치와 만나보자


비추어라

그리고 밝고 해맑은 미소의 은은함이여


너의 온화한 기슭에는 언제나

아늑한 너의 마지막 대미의 장식을

네안의 부드러움에서 찾아왔음이다


비의 그림자의 흑기사들이여

지축을 울리며 태양의 가시에 찔리어

추운 겨울날

차갑고 시린 가슴에 비수같이 박혀

고드름이 되어버린 그날에


저 창 끝에 빛나는 태양의 열두 기사가

깨어남을 잊지는 말아다오


슬픔은 더 이상 너의 것이 아닌

태양의 성채에 둘러싸인

한 마음이 얼음 왕국에 잠들고 있다


태양의 적기사여


너의 마음을 빼앗아간

저 구름에게도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너의 마음을 훔쳐간

저 떠오르는 달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너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저 불어오는 바람에게도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해 다오


다음 날

태양의 기사는 떠나고

성채가 녹아 살아 숨 쉬고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발견에

구름이 저 멀리서 일찌감치

또다시 밀려온다



2022.11.19 서리내리는 날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