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치악산 가는길에)

-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겨울산으로 떠나자)

by 갈대의 철학

사랑아 사랑아(치악산 가는길에)

-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겨울산으로 떠나자)


시. 갈대의 철학


사랑이 둥지를 떠나

날갯짓을 할 때에는

바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의 부력만으로도 떠오른다는데


사랑아 사랑아

그리움만 남기고 떠 사랑아


눈 내리는 겨울산에 올라

너의 첫 발자국이 남긴 의미에

지나간 자리는 또다시 새로운 꽃눈이 내리고

그 자리에 사랑은

다시 피고 지며 떨어지며 감추네


흰 눈리는 날에는

너의 기억력과 상상력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네 향수가 잊혀지않는

저 치악산 향로봉香爐峰으로 떠나자


그리움이 물결치며 때가 묻지 아니한 그곳

너의 체취와 너의 마음을 담았던 그곳

자연과 사람과 사랑이 함께 공존하는 그곳에서

지나온 날들에 아쉬워하지도 말며

그날의 사랑이 뜨겁다고도 말하지 말자


그곳 까마귀와 산신령들이 노니는

그 사랑이 떠나왔을 때처럼

이미 그 사랑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떠나온 이유를 그들에게 애써 으려 하지도 말자


창공을 날아가는 들은 이곳에서

머물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에 대한

그들에게서 배운 허공속의 잔상들과 표상들


네가 지나갔던 자리

낙엽 쌓이고 사랑도 쌓이며

그 낙엽처럼 사랑도 첩첩이 쌓이며 흩어져 갈때

그 속에 쌓인 사랑만큼 우리 사랑도 쌓여간다


네가 머물렸던 자리에

눈이 내리고 사랑도 내리며

그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며 녹아 사라질때

그리움은 사랑따라 눈처럼 녹

흘러 흘러 또다시 네 곁으로 떠나간다


우리 사랑 들킬세라 머물다간 그 자리에는

어느새 빈 마음의 수레만 요란하게나갔지만

몸부림 쳐진 겨울나무 숲 속은 눈꽃으로 이슬꽃이 또다시 피었구나


그대

빈자리에 젖어 버린 마음 시리고 아파하려 하고

그대

그곳을 지날때 마다 그대 생각나서

그날 저 햇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그들을 슬퍼하지 말자


그날의 그곳에서 불태웠던

낙엽도 들춰보지도 말고

눈이 녹은 그 자리에 그날의 잔가지 기억들을 되새김질하지도 말자


감출 길 없고 끊임없이 계곡 따라나서지만

멈추지 않고 또다시 러가기만 하는 것을 어이 막을까


숲에 나뭇가지들이 흔들 자리도 없고

어쩌면 바람이 몰래 불어

우리가 숨은 곳과 들킬 곳을 들춰주려나

깊은 마음을 지나가는 바람만이 알려주려나


떠나올 자리는 늘 언제나

그대의 빈자리로 채워주고


바람만이 떠난 자리에도

그때의 추억만으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