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Feb 11. 2023

봄비

-  꽃몽우리

봄비

-  꽃몽우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제는 꽃몽우리

몽글몽글 피어나는 소식들이

봇물 터지듯이 들려오면


야산에 볕이 좋은 곳에

생강나무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한 꽃을 피우기 위한 예행연습에

기다림을 배워가는 중이랍니다


긴긴 겨우내 내

내리는 봄비를 맞이하는

사랑방 손님을 맞이할 채비를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마도 때가 되어  다가오는 마음에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해서일 거예요


봄에 제일 언저리 피는 꽃에게 

다가가 속삭여 줍니다

같이 감미로운 사랑을

나는 원해


여름에 일 먼저 피는 꽃에게

태양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말을 전하고


가을에 제일 먼저 물든 단풍에게

단풍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오직 그대를  사모하는 연정이

아직도 지난 품이 그리워서랍니다


겨울에 제일 먼저

내리는 눈을 맞은 사람에게

나는 그대에게 있어

하늘 같은 사랑도 올려보지 못하고


대지에 봄비의 기운을 받아

서서히 녹아내릴 때까지

오직 한쪽만 바라보는

눈사람 같은 사랑을

나는 진정 원한답니다


그래도 난 이듬해 남쪽나라에서

이구동성 들려오고

갖은 자태에

저마다 고상함이라 일컫는

봄꽃들의 향연의 만찬을 위해


한 떨기 꽃인 듯 나무인양 피어나는

그 꽃을 바라보고

향기 넋두리에  젖어질라치면


봄에 제일 먼저 피어나는

그대가 그리울 때 생각나는

생강나무 같은 사랑을

아직나는 그대와의 사랑을

꿈꾸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늘도

지나온 그 길을 다시 걸으며

내리는 봄비가 엄마 품인양

추위에 떨고 있을 꽃몽우리에

지금도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3.2.10 동산에서 생강나무 꽃필 때면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