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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14. 2023

행복이 뭐 별건가요

-  행복의 기준이 있나요

행복이 뭐 별건가요

-  행복의 기준이 있나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행복을 쫓아가면

사랑도 따라오나 싶어

뒤돌아서 숨은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저 멀리서 긴 꼬리에 매달린 채

차마 두 눈 부릅뜨고 볼 수 없는

나의 옛 걸음이 걸어온단다


그해 뜨겁던 여름날

퐁당퐁당 튀어 오르던 소금쟁이의

일생을 애타게 바라볼 때는

나의 행복도

나의 사랑도

너처럼 널뛰듯이 풍덩풍덩 했었지


한걸음 두 걸음 일정치 못한 발걸음에

타박타박 터벅터벅

내딛으며 힘없이 걸어오는

나의 옛 자화상이 꿈틀거릴 때면


그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웠을 텐데

내 곁엔 그날 아무도 없었던 마음은

늘 하늘의 구름은

의 그리움에 동경의 대상이

어왔었지


마치 그 누군가에 밟혀 

꿈틀꿈틀 비틀비틀거리는

지렁이의 인생을 닮아가면서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다

한토막 두 토막 세 토막이 나더라도

마치 내 삶의

일부분인양 찰거머리 되어가고


연극의 마지막 무대에 선

흐릿한 말끝의 포문을 열지 못하는

동강동강 세발낙지 인생처럼

되어갔단다


이윽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신의 한 수

소금이 뿌려지면서 비극의 종말은

내 인생에

최대에 희극의 시작이 되어가고

나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지


더군다나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내리 쪼이는 태양의 햇살아래

서서히 말라가는 내 삶의 옆자리에는


더 참혹하게 뿌리내리는

잡초의 인생이

이내 바람 불어와 주룩주룩

비가 내려주기를 희망해 보지만

내 몸속에는 더 이상의 수분은

존재하지 않았던 거야


이렇게 나부랭이 주정뱅이 휘청거리듯

절름발이  인생길이

갈지자 삶이 되어올 때마다


길 아닌 길이 있을지언정

길 없는 길은 없다는 것을


나는 하늘에 맹세했었지

나와 같은 삶도 하늘의 운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늘 가슴 한편에 고이 묻어두었던 사랑

이제는 잊힐게


찾는 이를 쫓아가는 것이

행복이라 여겨

딸려오는 마음 하나 붙잡히지 않으려는

를 바라보게 되어가면서


행복의  기다림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나를

대변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갈 때


사랑이 떠나고 난 뒤에 삶은

행복도 잠시였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어갔다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었던 시절은

이제는 그만 안녕



행복이 뭐 별건가요

아침에 눈뜨면

창가에 햇살이 비춰주어

살포시 두 눈 실낙 같은 눈을 뜨며

그대와 마주한다는 아침이 오기까지

나는 이제

억의 순간만을 기억할래요


복의 기준이 뭐 있나요

저녁에 귀가할 때면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아도

따뜻한 아래목에

언제나 기다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그 순간의 마음만을

생각할래요


달래

2023.2.11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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