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

- 그대와 함께라면 더 여한이 없겠네(치악산 향로봉 가는 길에서)

by 갈대의 철학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

- 그대와 함께라면 여한이 없겠네


(치악산 향로봉 가는 길에서)

. 갈대의 철학

눈꽃雪花 하얀 눈꽃雪花이 거기 있는 것은

비단,

겨울 설산에 오르려는 마음이 있어서도 아니며

지나온 날들에 회한을 드리운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막연히 떠나오면

그리움들이 묻어 베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안갯속에 드리워진

햇살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눈부신 눈꽃雪花 있었어도

태양 속에 숨겨둔 햇살이 있었어도

그대의 웃음에 비할 데가 된답니다

그대여

떠오르는 햇살에

눈꽃雪花 녹아 사라질까

두려움을 갖지 마세요

어린 꽃사슴의 오랜 자태를

지키고 지녀온 것이

그들에게 차마 위안일지도 모르지만

커다란 그대의 눈망울에 그려진

눈보라와 추위가 엄습한

높은 고산에서의 햇빛의 은빛 자태도

그대의 눈꽃雪花 비할 데가 못되었습니다

그대가 바라보는 것이

설령, 태고의 신비를 지닌

하얀 눈꽃雪花 사슴이 아니면 어때요

하얀 눈을 바라보면

그대 밝게 드리워진 하얀 사슴의 눈꽃雪花피어납니다

아름다운 것은 만지지도 말고

눈으로만 바라보아 주세요

그대의 고운 앵두 입술에 그려진

맑고 투명한 그들이기에

입술에 닿기만 하여도

그대들의 희고 눈꽃雪花

금세 빛바래어 빛을 잃어갑니다

그곳은 영혼의 안식처

그곳엔 그들을 지키는

영혼의 나무가 있어

하얀 눈꽃雪花 설빙의 모금에

닿는 마음은 그대의 마음입니다

그리 염려하지도 마세요

이른 새벽 전날에 내린 눈보라를 헤치며

그대를 맞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랍니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갑니다

그녀를 보기 위해 치악산에 오르는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낮은 산의 눈꽃雪花애기사슴 눈꽃雪花

중턱에 오르며 멀리 보이는

잠시 쉬어가는 곳은 엄마 사슴 눈꽃雪花

향로봉 정상에 다다랐을 느끼는 감정은

아빠 사슴 눈꽃雪花

치악산 향로봉 가는 길은

넋을 놓고 가야 합니다

때로는 눈이 부셔서

때로는 추함이 가려서

때로는 눈꽃雪花 그대 인양 착각합니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려고 하는 마음 앞에

아름다운 마음은 그대를 위해서

기다려 주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애써 지니려고 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눈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마음의 기로에 놓여있어서 다가서지 못해서 그래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예전에

바다의 언덕에 올랐을 때처럼

그녀의 손을 잡은 놓지를 않았습니다

내리고

바람이 불며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폭풍이 세차게 몰아쳐와도

그들이 함께 일어날 있을지도 모르며

모든 것이 일순간 순간에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그녀 또한 폭풍의 언덕을 지나면

그들로 인하여 사라질지 모르는

이유였을지도 모릅니다.

크고 작은 것들이

운명의 저지선을 뚫을지라도

운명의 갈림길에서도

우리의 손을 갈라놓지는 못하는 것이

설령

그것이 어제 그렇게 매섭게 내몰아 쳤던

기억의 저편에 있었어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