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치악산 비로봉에서)
- 새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치악산 비로봉에서)
詩. 갈대의 철학
파란 하늘 아래 뉘인 하얀 구름 속 노닐다 보면
신선은 온 데 간데없고
바람의 흔적만이 그날을 기억한다
어느새 흩어져 가며 내리고 사라지는
눈꽃의 이슬 형장으로 끌려가듯이
너는 한 떨기 국화보다 더 고귀하고 미더운 존재였다
산속에 파 묻히고
구름 속에 묻혀 버렸으며
바람의 장난으로 빚어낸 눈꽃에 반해
한 떨기 이름 모를 상고대였으면 바랬다
갇혀버린 잃어버린 세상 속으로 떠나왔고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진 또 다른 탁주 한 사발의 마력에 또다시 푹 빠졌다
사랑도 좋다지만
그 속에 흐르는 자연과 동화되고
울림이 되어가는 소리가 더 좋아라
무엇을 가질 것이며
또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것이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는
또 다른 연리지이다
아름다움은 눈처럼 낙화되어 떨어지고
해가 나고 해가지고 떨어지는 매력이 너의 의미인 것을
설경 속 숨바꼭질에 숨겨 숨어 놓인 그림들 속에
어느 봉황의 힘찬 기상도 아니하여도
한 마리 그곳에서 힘찬 날갯짓의 퍼드덕 거림이 있었다
하얀 나비의 날갯짓의 우아함이 아니하여도
매의 날카로운 사냥의 눈초리가 아니하여도
이무기의 한을 달래지 못하는 비상함이 아니하여도
너의 작은 어깨의 흔들림의 활공 짓에
그만 세상은 하얀 수평선의 끝으로 날아가 버렸다
녹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며
아름다움이 있어 눈꽃이 되어 더할 나위 없이 녹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물 같은 존재의 너였으니
옆에 있는 사람도
우리 사랑의 귀동냥에 귀쫑긋 세우니
이에 질세라 바람의 소리와 재잘되는 새소리
그리고
하늘이 또한 귀동냥에 우리를 시샘한다네
산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떠나라고 한다
사랑의 끝이 있으면 어떠하랴
이 산천 초야에 그대의 영혼이 늘 잠들어 있는데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은 오늘처럼
너에게 있어 나에게는 햇빛에 그을린 순백의 눈꽃인들 어떠하며
너와 함께한 녹은 이슬이 눈물이 되어 상고대가 피어 또다시 녹아 사라져도 어떠하랴
그저 너는
나에게 있어 너에게는 이름 모를 들꽃이 되고
나무에 새가 날갯짓하여 또다시 눈꽃을 뿌릴 때
설국의 나라로 떠나간다네.
너는 새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