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
- 사랑의 스펙(Spec)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행복해 하고 싶은데
더 이상의
사랑의 스펙(Spec)이 있어야 하나요
사랑은 늘
반쪽의 당신
반쪽의 나이기에
받는 쪽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 사랑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같이 아파해야 하는데
내게 남은
마지막 씨 한 톨의 자존심도
피울 수 없게
쌍끌이 무너져 내리면 되나요
심지어
그렇게 가냘픈
봄바람에 흔들리며
치맛자락에
꽃잎 떨구며 날아가는 것이
그대가 말하는
사랑의 스펙(Spec)이
되어갔던가요
나의 마음의 성채城砦도
한 순간에
먼지가 되어 날아갔는데
내게 남은
마지막의 미련마저
송두리째 뽑아가야만 하였나요
나는 인위적인 사랑보다
자연적인 사랑을 원해요
그대 그러니
우정 위에 피어나는
사랑만을 말해주세요
내게 아무런 의미 없는
사랑의 스펙(Spec)은 오히려
우리 사이를 방해하고 말 거예요
신뢰감 없는 현실이 되어
불신감으로 다가올지도 몰라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나만의 당신
나만의 꽃으로 남게 해 주세요
그대 안에 사랑과 우정이
함께 피고 지고
사랑은 늘
봄바람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우정은 늘 피고 지는
긴 겨우내 움츠렸던 작은 사랑이
이른 봄
새싹과 같은 마음으로
다시 피어날 거라는 것을
그대 안에
봄바람이 불어와도
이것만은 꼭 흔들리지 말아 주세요
사랑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와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우정이라는 것을요
그대와 내가 다시 지은
무너져 내린
진터陣 위에 쌓은 성채城砦는
우리들 사이를 영원히
더욱 단단히 무너져 내리지 않을
우정 위에 피어나는 꽃처럼
다시 사랑으로
다가설지도 모르니까요
우정은 영원할 수 있지만
사랑은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 살랑이는 마음처럼
언제 아디로 날아갈지도
알 수가 없으니까요
봄은 그저
우리에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맡겨
꿈을 꾸게 하는
저 봄바람 타고 항해하는
노스탤지어의 이데아일 뿐이니까요
2023.3.19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