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
- 속세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속세를 떠나서 살아갈 수야
있겠소
세속의 때도
벗길 수가 있겠소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발자국에 묻어 떠나온
마음의 흔적 또한 지을 수가
있겠소
이 깊고 깊은 산야에
발길을 옮겨 떠나온 것도
내 마음이요
산천초야에 묻혀
속세의 마음을
흔들 수가 없는 것 또한
이미 과거의 마음이
함께 떠나오는 것이 아니겠소
여보시오
굽이굽이 따라 떠나온
계곡에 굴곡진 사연들과 벗하고
저마다 돌부리에 걸려 떨어진
협곡의 아수라의 몸부림치는
사연들과도 벗하며
재너머 너머
또다시 넘나드는 고갯길마다
쉬어가다가는
사연들과도 벗하다 보니
휘영차게 내비쳐 비친 당신 얼굴
달그림자 휘몰아치듯
소용돌이치다 꺾어져 도는
당신의 그림자 발급기 연습은
수원 성곽 길을 걷는 마음이
아니었겠소
저 계곡의 떠내려오는 물줄기에
잠시 가냘픈
여린 곡선의 당신을 생각하면
그제야 이 길을 떠나온 이유가
바람에 불어오는 풍경소리에
이끌러 왔다고
바람에게 나도
저길 따라 떠나왔다고
전해주지 않았겠소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은
늘 영원한 마음이 깃들지
않았겠소
2023.4.7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