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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28. 2023

걸어야 보이는 것들 2

- 멈추면 사라지는 것들

걸어야 보이는 것들 2

- 멈추면 사라지는 것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따뜻한 햇살 등에 지고

먼 산 바라보고 걷노라니


하늘의 마음은 늘

내 마음 같지 않았지만

시시각각 변해가는 것은

그대 마음과도 같더이다


달려온 세월 앞에 기다림

온데간데없는데

푸르른 잎새에

나부끼며 펄럭이는 나뭇잎새에

흔들리는 바람의 마음을

알아가기 까지


저 멀리

운무에 갇혀 버린 마음만이

깃발 되어 비바람에 

나풀거리다 쓰러져 가는구나


둥지 떠나 홀로 남은

어느 이름 모를 새의 인생이

나와 같을진대


세월을 등에 지고 떠나온 마음들에

잔가지에 매달리며

떨어지지 않은 채

다가올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 불어오는

계절이 돌아오는


어느 노 신사의 군밤 굽는  냄새에

밤이슬에 떨어진

어느 길 잃은 별 하나의 이야기는

따뜻한 화로에 녹은 마음이

꽃이 되고 사랑이 되어가더이다


그날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와르르 녹아내리고 떠나갈 듯

무너지는 성채의 마음 같았지만


떠나온 것을 모르고

가야 할 길에

머물지 못할 이유를 찾듯


너에게 더 기댈 곳 없이

사라져 버릴 지난 추억도

비 되어 씻겨 내려가지 못한 마음이

되어가는구나


맑게 개인 하늘만이

나의 하늘이 아닌 것처럼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

아무 걱정 없이 또다시

먼산을 바라본 하늘에 걸쳐져 있는

운무에 갇혀 버린 마음이

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처럼


이 길을 걸어가

멀리 바라보이는 것들에서

점점 다가오는 신기루에

너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시나브로 떠나는 구름의 마음이려니


가다 서다 반복하며

다시 멈추며 뒤돌아선 하늘에

이 길이 멀어져 갈라치면

내 마음도 저만치 떠나온다지만


아득히 멀어지는 

향기 없는 마음만이

다가서 못하는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말더이다


점점 멀어져 가는

너의 뒷모습에

애써 태연한 척

말없이 바라볼 때면


어느새인가 우리는

우산 없이 받쳐든 마음이 되어

브레이크 없는

을 멈추지 못하는


아마도

종착지 없는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더이다


2023.5.28  우중산책 매지호수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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