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

- 묵언默言

by 갈대의 철학

고행

- 묵언默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고행을 떠나오니

속세의 울림이

이 먼산 깊숙이 폐를 찌르듯

계곡까지 울림이 되어

떠나온 번민을 어찌해야 할꼬


속세의 연을 끊자니

인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마치 도마뱀처럼

끊으면 끊을수록

다시 연을 맺는구나


지난 낙엽은

퇴적되어 쌓여도

거름이 되어 사라지는데


인간사 세속의 연은

끊을수록 새롭게 시작되니

쌓이면 쌓일수록 번민과 고행만이

늘어나고 쌓여가는구나


오르는 내내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이 산야의 지축을 울리는

공허한 발자국 소리만이

내 벗인양 하고


하산길에 두 발걸음이

가벼워지니

중심을 잃지 않는 중력의 마음은


묵언 수행으로

너의 마음을 두드린다


진달래
산괴불주머니
개별꽃
노랑제비꽃
영혼의 나무
피나물
산딸기

2023.4.21 치악산 향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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