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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7. 2023
꽃이 피어나는 것은
- 들꽃과 야생화
꽃이 피어나는 것은
- 들꽃과 야생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이 피어나는 것은
저마다 사연들이
다 있다고 해요
한꽃은 들꽃을 닮아
들꽃의 이야기가
인생이 되어가고
한꽃은 야생화를 닮아
들녘에서 피어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삶을 살아간다고 해요
이제는
들꽃과 야생화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대의 인생은
무엇을 닮아가는 중인가요
아참
예전에 그대는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가는 마음이었다죠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에 내 꽃밭에 내려앉은
어느 민들레 꽃이
그대의 진심 어린 마음이
되어갔었더군요
그런데 어쩌죠
다음날 어느 누군가가
하얀 민들레를 닮은 그대를
몸에 좋다고 뿌리째 뽑아갔어요
그리고 다음 해에
나의 꽃밭에 봄바람에 피어나는
양지바른 녘에 살랑이는 꽃 하나가
작은 햇살에 웃고 있었답니다
나에게도 행운이
오는 것인가 했길래
가슴이 두근두근 할 찰나에
꽃몽우리가 아직은 여리디 어린
어떤 색깔의 꽃이 피어날는지
나는 아직도
꽃이 피어나기 전 까지는
그 꽃의 마음을 모르니까요
그 꽃을 성채로 둘러싸여
나만의 꽃으로 할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그 숱한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경이로움 마저
일어났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요즘
고민에 빠져버리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답니다
나만의 진터에 몰래 다가온
마음 하나로
이렇게 나의 인생에 몰래 다가온
꽃이었기에 더욱더
애지 중지해야만 했으니까요
그 꽃은 아마도
오늘 같이
서리가 잠깐 내리는 날에도
햇살을 받으며
초롱초롱 영롱한 아침이슬을
머금은 채
언제나 하얗게 웃고 있는 마음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오늘도 나는 그 길을 스쳐 지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