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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29. 2023

밤꽃 피어날 무렵이면

- 생각나는 사람


밤꽃 피어날 무렵이면

- 생각나는 사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돌아와 줄 것 같은

하얀 마음을 꿈꾸던 사랑이

생각나는 계절이 있습니다


나는

긴 하얀 까치수염을 하고

까칠까칠 텁수룩한 모습에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는

추억의 꽃이 

 밤송이 꽃이 되어준 사연을 들을 때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을 

이무 성의 없이 준비도 없이

맞이하며 기다려집니다


의당 가을날

양철 지붕 위에 툭툭 툭툭 

떼구루루 떼구루루

알알이 벌어져 떨어진 알밤 소리에


몰래한 우리들 사랑이 들킬세라

밤송이 소리가 

우리들 사랑의 인기척이 되어간 계절을

다시 불러오게 하던 계절을

나는 아직도 잊지를 못합니다


놀란 고양이 발자국 소리에

몰래 훔친 사랑에

귀띔해 주던 시절이

마냥 좋은 것은

언제나 해맑게 웃어주던 그 사랑에

돌아갈 마음이 있어서입니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싸리문 밖에 들려오는 소리가

떠나간 님의 소리인양하며


문을 열어 살포시 걷는

고양이의 담장 뛰어넘다

흔들어 놓은 밤톨이가 다시

우리들 사랑의 인기척을 시샘할 때면


더욱더 요란하게  가슴을

동여맨 사랑이 찾아오는 소리로

찾아오기까지

그 향기 따라

그 먼 길을 떠나오게 한  

그 계절이 늘 보고 싶어 집니다


어쩌다 해마다

이 맘 때쯤 다시 찾아가는

그곳을 지나가게 될 때면


피어오르는 물안개 따라

흘러 떠나온 밤꽃 향기를 맡을 때

우리들 마음에 소쩍새가 울어주고


뜨거운 여름의 장막에

서막이 걷히기 시작하는 계절이

곧 시작될 거라 내심 기다려 볼 테면


뽀송뽀송 풋풋한 봄바람은

어느새 뒤안길에 젖혀든

하얀 마음의 여운을  여물다 만


사랑도 채 익어가기도 전에

밤꽃 솜털의 그리움을 

잊지 못한 채

떠나간 그대를 그리워하다


이내 밤꽃 향기에 취해

스르륵 잠이 듭니다


2023.5.29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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