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거울
- 행복의 노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자욱한 안갯속을 거닐듯
벌거숭이 몸뚱이 한 객체가
거울도 민망한지
뿌옇게 내 모습을 감추고
살포시 걷어낸
거울 속의 일부분인
나를 닦아 보았어
그 속에 희미한 그림자 하나
나를 보고 손짓을 하는데
처음엔 닦으면 닦을수록 희미하게
내 전라의 모습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의 나신을
나도 모르게 외면해 버렸다
그때는 그랬어
고개를 들지 못한 마음을
체념의 마음들
다시 장막을 걷어내니
아까보다 더 선명한 얼굴이
내 두 눈에 알알이 맺혀왔어
부쩍이나 상기된
또 다른 나의 분신을 바라보면서
내 지나온 찌든 때가 벗겨진
뽀얀 내 모습에 희망이 보였다
잠시 후
내 모습 전체를 바라보았을 때
부끄러운 모습보다는
세월의 녹을 벗어던져온
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네 인생을 닮아가는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되어간다는 것을
너는 내 인생에
너무 일찍 깊숙이 들어와 버렸어
이젠 네 마력에
마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버렸다는
그 사실을 잊은 채
나는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만다
2023.5.27 비내리는 시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