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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5. 2023

비목碑木

-  영혼이 되어버린 새

비목碑木

-  영혼이 되어버린 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뉘란들 울부짖은

그날이 오면

소리쳐 불러보지 못한 사연들에

눈물 흘릴 날들을 상기 아니할 

그 누가 있으랴


한 젊은이의 못다 부른 노래에

모두 다 헤아릴 듯이 상기되어

불러볼 듯 헤아리지 못한 이름들


주마 등되어 떠나온 추억 속의 갈등이

휘몰아치며 내리는 눈보라에 갇혀

함께 헤어 나오지 못한 동물들과


아직도 굳건한 그대들이 지어놓은

진터 속 묵묵히 이곳을 지켜온

세월의 성채는 무너지지 않고

그곳에 이슬 되어 남으리


떠나지  못한 자의 슬픔이여

한 떨기 그리움 되어 남아

그 누구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채

그날이 오기까지 

설이 되어가는 망국초의

마음이 아니었으리


즐비하게 피어난 

그대들의 뼈와 살은

이름 없는 야생화에 옥토 되고


고즈넉한 이 깊고 깊은

산야에 불어온 살가운  바람만

그대들의 마음을 위로하듯

우리들의 자유의 표상들을 지켜준다


별이 되 떠나온 마음이 되어

날아온 포성의 함성소리

곧 그날의 토성으로 빚어낸

우리들의 자화상

그대들의 빈자리가 진자리 되

다음 생을 이어주게 하였으니


대신 채워줄 젊은이들의

우렁찬 대포 함성 소리와 함께

이곳의 수문장이 되어가는 것은

 

그대들의 영혼을 위로해 줄

그대들의 건아들이 비목 앞에

우뚝  채 다가올 미래를

그대들의 몫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함이다


그대들의 못다 이룬 꿈과 희망을 싣고

갈매기의 꿈을 실어 떠나보내는 이에게

망망대해를 헤쳐 나아가는

그대들의 일그러진 표상의 자화상은

그대들로 다시 태어나며 돌아오리니


지나온 겨레에 총성 없는 우성에

지금도 빗발쳐오는

아직도 그곳에서 생생하게

소나기 손사래 치듯  


지금은 그곳만이 그날의 흔적들을

애써 지우려

애써 잊으려

떠나지 못할 그리움의 순국 영웅들에

오늘을 기억하고

오늘을 상기하라 말하려 한다


어느덧 떠나온 자의 기다림은

평화로운 DMZ의 포성소리대신

포효하는 그대들의 잊혀간

고요 속에 까마귀의 울부짖음이 되어가


양쪽 큰 날개를 펼쳐 유유히 그곳을

아직도 떠나지 못해 비목 위에

날아든 큰 새의 소리 없는 마음도


이 고요한 숲길에 너를 대신해

내 귓전에 울림 되어 들려오는

너의 의미에 대한

나의 사랑의 길잡이의 등불이

되려 함이려니


한 비목 아래

그날에 치열한 고지 전투에

떨어져 묻혀버린 

어느 이름 없는 총탄에 박혀버린 

군번줄에 각인된

너의 의미 나의 의미


참혹한 참호 속에 떠나지 못한 채

잠든 이의  녹슨 철모의 아픔이 되어

남겨진 여러 탄흔들의 흔적들은


오늘이 떠나가는 자의 몫과

내일을 기다리는 이의 몫으로

희망과 행복으로 다가서라 한다


그날에 빗발쳐 아우성치는 소리에

남기고 떠나간 자의 몫이 된

갸륵한 생의 한가운데 기로에


우산을 받쳐둔 이 없는 그곳에

너를  대신해 울어 지쳐 쓰러진

가엾은 고목만으로 남겨져버린 사연을

내리는 비에 젖어버린 물의  비목이여


굉음 소리에 묻혀 네 뒤를

홀연히 쓰러져간 비목과 함께

너는 그렇게 부활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떠나는

나그네 길이 되어갔어야만 하였던가


허리축이 잘려버린

너의 마음을

위로도 하지도 못한 채

비목과 함께 쓰러져 가는 마음들


더 이상 그곳에

잠들지 못한 이의 별빛이 되어가지 않게

그리움 지는 석양의 노을을 

숭엄하게 지키는 내일의 태양을 위해

너를 위해 기도하리라


언제나 국토 산야 들녘에

피고 지는 그곳에서

봄이면 해마다 피어난  선홍빛

물결을 이루는


삼삼오오 대열의 피어난 

진달래와 철쭉과

그대들로 다시 태어난

야생화가 되어버린 꽃들과


그 아래 흐르는 

그대들의 선혈 빛거대한 마그마가

용솟음치듯 만나는 우리는


날고 싶어 날개를 잃어버린 채

청춘의 꽃을 피우지 못한

가득한 이상의 꿈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해


칠봉 산허리 춤 돌아 돌아서

살아 돌아오지 못해

비목이 되어 버린

어느 한 병사의 영정 앞에 쓰러진

이름 없는 무덤가에  피어난

야생화 꽃 한 송이는


금강산을 목전에 두고 가보지 못한 

어느 병사의 이야기에

잃어버린 그날의 흔적들


지금도 그곳을 지키며

그대들의 넋을 기리며 지켜가는

저 펄럭이며 흩날리는

그대들의 청춘깃발을 대신할

지나온 이들의 못다 이룬 꿈은


불어올 바람의 나라에서

그대들과 다시 만나리


2023.6.25  횡성  섬강 트래킹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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