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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01. 2023

묵은쌀과 햅쌀

- 찹쌀

묵은쌀과 햅쌀

- 찹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마누라


쌀 30킬로 시켰어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마누라


곧 있으면 햅쌀 나오는데


어찌 묵은쌀을 시켰는고



오늘 같이


푸른 날 푸른 달을


당신과 같이 바라보는데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게 있겠소



나야


찬밥, 더운밥, 흰밥, 꽁보리 밥


벼이삭 피와 같이 먹은들


배부르지 않을 때가 어디 있었겠소



그래도


지난 쌀은


인생을 살아봐서


밥 맛을 잘 알 테고



작금의 쌀은


이리저리 요리해서


지난날의 추억을 상기해서


지어먹는 밥 맛일 테니



그래도 우리 사이


묵은쌀이든


햅쌀이든



찹쌀만 섞이면 어딜 가나


찰떡궁합의 사랑이 되어


만인들의 귀띔이 되어주지


않았겠소



이러니 우리 사이 시샘에


장작불에 군불 집혀


마지막 구수한 숭늉 한 사발과



뜨뜻한 아래묵에


우리들 사랑이 화룡점정에 더해


더욱 농익어 가지 않겠소



자 보시오


당신을 닮은 둥근 보름달이


창문 사이로 우리의 사랑을


안방에 훤히 비추니



그대가 곧


나의 마누라요


나의 아내요


나의 달의 어머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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