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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이유

- 노을과 사랑

by 갈대의 철학

아름다움의 이유

- 노을과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저 멀리

서산 너머로 붉게 지는 노을이

불타고 있어요


그대가 말했죠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아름다운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석양에 물들어 가는

그대 홍조 띤 얼굴 바라보노라니

나는 금세 술에 취한 듯

그대와의 사랑을 꿈꾸고 있어요


그대

언젠가 그대가 이렇게 말했었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사랑이 떠난 뒤에는

후회라는 이별을 하지 말자고


오늘도 나는 못다 읽은 책을

그대 마음 알아가듯

한 장 한 장 읽고 넘길 때마다

그대가

또다시 말해주었어요


좋은 글을 읽는다는 것은

좋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함이라고

말이에요


우리의 만남이

한낱 아침 햇살에 잠시

반짝이는 거울일지라도


그대가 떠나기 전에

말해주었었죠

사랑을 할 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내게 조그마한

정이 남아있을 때

떠나가야 한다고 그대가

말해주었죠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만남은 우연이 아닌

인연이라고


그리고

우리가 남기고 떠나가야 할 말들은

그저 풀려버린 망아지 고삐처럼

날뛰는 언어의 장벽이라고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지몽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요


우리에겐 지속적인 만남보다

더 소중한 것은

늘 이별을 염두에 두는

소야의 전주곡처럼


늘 잔잔하게 들려오는

인연의 끝자락을 말해요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소중한 시간들을 위한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은


넝쿨이 나무를 타고 올라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한

주변 잔가지를 정리해 주듯이


나무가 햇빛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대의 이유 없는

반항의 마음의 시작은


기다림이 곧

그리움을 대변해 주는

만추의 지난 계절을

맞이할 때라는 것을요


2023.10.3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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