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서리
- 갈대의 머릿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의 머릿결은
내 머릿결을 닮았다
찬연한 햇살
가을바람에
희끗희끗
머릿결 날리우고
밤이 오는 거리
가로등 불빚 아래
밤이슬에 젖어
간간히 흔들릴
너를 바라볼 테면
이윽고
달 없는 밤이 찾아와
나를 기억하는 이가
애석하게도 없어라
홀로 지새우는 밤이
더욱 그립고 외로운
기나긴 동지섣달 그믐달을
떠나갈 날만 기다리다
흰 눈 내리는
겨울을 그리워할 테고
다행스럽게도
네 모습은
낮과 밤을 이어주는
내 머리 위에 쌓여가는
나의 어머니 무덤가에 피어난
하얀 꽃 한 송이를 기억할 테지만
어느 차가운 겨울날
솜처럼 포근히 내리는
갈대의 머릿결에도
어느새 새하얀 눈처럼
하얗게 내릴 서리를
맞이하며 떠나간
어머니의 고뇌에 찬 마음을
이제야 헤일 듯하더이다
2023.10.11 청계산 하늘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