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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16. 2023

갈대의 서리

-  갈대의 머릿결

갈대의 서리

- 갈대의 머릿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의 머릿결은

내 머릿결을 닮았다


찬연한 햇살

가을바람에

희끗희끗  

머릿결 날리우고


밤이 오는 거리 

가로등 불빚 아래

밤이슬에 젖어

간간히 흔들릴

너를 바라볼 테면


이윽고

달 없는 밤이 찾아와

나를 기억하는 이가

애석하게도 없어라


홀로 지새우는 밤이

더욱 그립고 외로운

기나긴 동지섣달 그믐달을 

떠나갈 날만 기다리다


눈 내리는

겨울을 그리워할 테고 

다행스럽게도 

 모습은


낮과 밤을 이어주는

내 머리 위에 쌓여가는 

나의 어머니 무덤가에 피어난

하얀 꽃 한 송이를 기억할 테지만


어느 차가운 겨울날

솜처럼 포근히 내리는

갈대의 머릿결에도


어느새 새하얀 눈처럼

하얗게 내릴 서리를

맞이하며 떠나간

어머니의 고뇌에 찬 마음을

이제야 헤일 듯하더이다



2023.10.11  청계산 하늘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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