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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꽃이 필 때

- 사랑의 꽃이 질 때

by 갈대의 철학

사랑의 꽃이 필 때

- 사랑의 꽃이 질 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우리의 만남에

사랑의 꽃이 필 때는

나는 이러한 사랑을

진정으로 원하고

그대를 사모하고 싶어요


현재의 사랑은

지금의 마음

과거를 연연한 사랑은

지난 사랑으로 다가서는


그러한 사랑이

진정 아니길 바라는 사랑을

진정으로 꼭 하고 싶어요


그대가

그러한 지난 사랑을 안으며

진정으로 원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사랑은


우리 앞에 다가올

예지 된 사랑도

푼 떼기 사랑

구걸한 사랑 되어


지난 인연의 연속성에

사랑의 의미를 물색케 하고

퇴색하게 만드는 사랑이

되어갈지도 몰라요


지난 사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다가올 사랑의 꼭두각시 사랑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숲 속의 덫에 걸려

늪의 사랑이 되어버린 마음들


그러한 사랑과 마음들은

현실의 사랑이 되어가고

두려움이 함께 앞서기도

할 거예요


마치 가을 단풍이 절정으로

불타오르듯

끝내는 퇴색되어 떨어진

낙엽 진 마음이 되어가는 것처럼 요


그래도 그대

염려와 사랑의 교착 상태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한마음 되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진정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그대 사랑의 꽃이 질 때

우리의 이별은

이렇게 하기로 해요


만추 지나

떨어진 낙엽 위를 걸으며

낙엽의 소리가

지난 우리들의

사랑의 소리였다는 것을

알아가도록 해요


그리고

부서진 낙엽이 진터 되어

퇴적되어 가는 날


그 위에

한없이 눈이 내릴 때를

나는 또다시 기다리렵니다


우리들 사랑의 소리들이

흰 눈 내리는

우리의 지난

사랑을 어우러 주듯이


나는 그 길을 다시 걸어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우리가 지나온

사랑의 발자국의 이정표를

다시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러다

다시 그 위에

눈이 한없이 내리고 쌓여가도


이미 그곳엔

가을 낙엽 떨어진 사랑 위에

내리는 흰 눈의 사랑이 덮여

온다는 것을요


한없이

끝없는 마음이 되어

내리는 새하얀 눈 속에 묻히고


지난 우리들 사랑은

순수한 눈의 결정체가 되어

다음 날 아침 처마에 빛나는

수정 고드름이 햇살에 반짝이며

녹아드는 마음이

되어갈 거라는 것을요


이듬해 눈이 녹아내린

이슬 머금고 태어나는 한 새싹은

우리들 지난 사랑이

다시 피어난다고


지난 이별은

다가올 사랑이라는

기다림이 되어갈 거라고

말이에요


그날에

추억의 한 페이지는

낙엽 쌓여가듯이

다시 우리들 사랑도

쌓여가게 될 거거라고 말이에요


2023.11.8~9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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