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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나가는구나

- 우리들 가을 이야기

by 갈대의 철학

가을이 떠나가는구나

- 우리들 가을 이야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

그대의 가을이

드디어 떠나가는구나


눈이 내리면

네 모습 잊힐 테지만


그래도 난

잊히지 않는 마음 하나

아직 붉게 물들지 못해

떨어지지 않은

단풍 하나를 가슴에 안았다


너의 가을은

오지 말라고 할 때는

내 곁에서 간만 보더니만

언젠가는 너는

떠날 준비에 눈치가 백 단이다


기꺼이 가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랬냐듯이

이유 없이 아무 일 없듯이

떠나갔지만


세월 앞에 누워버린

너의 믿음이라는 사랑으로

그 위를 밟고 지나는

나의 가슴의 상처는

디딤돌이 되어 아물고 있다


그 누가 말했었지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고

그렇게 너의 가을은

채 물들기 전에 겨울에

동화되어 버렸다


그래도 난

그렇게 가을이

짧아지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이 모자라

가을이 짧아서일까


흰 눈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나는 너에 대한

따뜻한 봄날

꽃동산 나들이 못한 것을


겨울에 흰 눈을 대신해

온 들녘을 너의 추억으로

뒹굴며 들판에 누워

내리는 흰 눈으로 감싸지만


이윽고

흰 눈 내리는 들판에

절대적 지배자

흰 늑대 한 마리가 다가온다


그러다

너와의 마주침은 이내

살기가 없는 우리들 싸움은

눈보라에 갇힌 채

누구의 승자도 볼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을 바라볼 때


촉촉이 적셔져 오는

가슴 한 편의

쓰러진 채 겨우 숨을 헐떡이는

우리의 애련한

애틋함으로 다가왔다


나의 볼에

나의 두 눈에 녹아드는


잠시 뒤

너와 나의 전쟁은 끝이 나고

서로 부둥켜안고

다시 봇물 터지듯

아련한 옛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백운산 용소폭포

2023.11.16 백운산 전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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