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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1(치악산 비로봉)

- 겨울의 입문

by 갈대의 철학

첫눈 1(치악산 비로봉)

- 겨울의 입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비 보다

먼저 내린 첫눈


늦가을 만추되어

돌아오던 날


첫사랑이

먼저 물들어가기 전에

이별의 예감을

먼저 알아가게 하는


가을은 저만치

겨울의 입문에 첫눈이

노크를 두드린다


첫눈에 반해

저 멀리 햇살 능선 아래

반짝이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오를 때면


오르는 내내

눈꽃은 상고대 되어 녹아

물이 되어

대지와 한 몸이 되어

흘러갈 테지


첫사랑에

첫눈의 발자국

첫눈의 인식표의 발자취에

뜨거움이 채

식어 가라앉기도 전에


우리의 사랑은

먼저 이별의 잔설에

움츠려 움을 터트렸다


멀리 바라보아야

숲을 바라볼 수가 있다고

가까이 보면 볼수록

사랑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바람의 장난으로
온몸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아름다움을 잊히기 위함 일까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면

이듬해 봄날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이 녹지 않는


견뎌내어야 피울 수 있고

피어내어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지니고 태어난


한 떨기 복수초의

아름다움을 말하기 위한

인내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지난 사랑에 묻는다


사랑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면
가꾸고 보살펴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라고


따뜻한 봄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냇가에 아무도 그 꽃을

꽃이라 부르지 못할


한 소절의

기다림을 간직한 채

피어나는 인동초의 마음이


그대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갈 거라고


겨울의 입문에

첫눈의 서는


태초의 순수한 마음이

너와 나의 때 묻지 않을

순수한 첫눈의 결정체


그대와 나는

다시 동화되어 간다


2023.11.17 첫눈 내리는 치악산 비로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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