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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2(치악산 비로봉)

- 첫사랑 첫 마음

by 갈대의 철학

첫눈 2(치악산 비로봉)

- 첫사랑 첫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첫눈 내리던 날

모든 것을 벗어버린 채

떠났어야 했다


첫눈 설레발이 뭔지

첫눈이 뭐길래

아침을 이고

이곳까지 멀리

달려오게 하였을까


첫사랑

첫 순정

첫 순수

첫 마음


이것은

내게 부질없는 마음


첫사랑 지나면

지난 사랑

다가올 사랑 앞에

첫 마음이라고 부르기엔

왠지 낯설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겠지만


첫눈 내리는 날

치악이 나를 부르고


오르는 내내

나는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채로


시루봉에 뿔난

셋 도까비의 마음을 달래러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올라야 했다


첫 순정은

첫 마음과는 달리

첫사랑의 첫 감정이 아닐까


그 마음이야

모태의 마음


첫눈 내리는 그 숲 속 길을

그대와 단둘이

걸어가는 길이

나에겐 첫사랑의 길이 되어간다


2023.11.17 첫눈 내리는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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