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숲에 바람이 분다
- 갈대밭에 누워버린 사랑
갈대숲에 바람이 분다
- 갈대밭에 누워버린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숲에
바람이 불어오면
갈대밭에 누워버린 사랑
은빛 햇살 가르마 타고
사이사이 불어는 바람
그 바람은
부드럽고 살가운 바람
내 마음
뼛속까지 파고들어
좀먹는 고름을
끝까지
타들어가 녹여주는 바람이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
살랑살랑 이는
너의 머릿 결이 눈부셔
어느 세월을 탓하지 못한 채
떠돌다 지쳐 쓰러진 곳이
갈대밭이다
갈대숲 속에서는
이별을 노래할 때
갈대가 같이 흐느끼지만
갈대숲에서
사랑을 노래할 때
갈 때는 함께 춤을 춘다
갈대숲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라
당신과 나
작은 돛단배 타고
노 저어 가지 않아도 좋다
갈대들의 행진 속에
살랑 살랑이는 갈대 물결은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비단 융단 타고 내려온
어느
한 천사의 기다림은
더욱 갈대숲에서
겨울바람을 재촉하고
이내 온몸을 터는 연습이
곧 마지막 만추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
2023.11.12 갈대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