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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불어주는 바람

- 갈대가 불어주는 사랑

by 갈대의 철학

갈대가 불어주는 바람

- 갈대가 불어주는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에 피어나지 못해

꽃이라 불러보지 못하고


더운 여름날

온 산이 초록빛 물결에

일러져도

나무라고 불러보지 못하고


입추가 접어들 때면

남들은 월동 준비메 바쁠세라

주변에 만개한 꽃들은

모두 어디 가고


그제야 만추에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과

바람에 흩날리며

이리저리 뒹구는 모습을 바라볼 때


세월의 무게를 감당치 못한

삶의 고뇌의 흔적들

매서운 찬바람이 매몰차게 불어와

네 몸을 털어 떨구어 내던진 채

고귀한 네 모습에 반해


어느 흰 눈 내리는 겨울날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을 맞을 때


이제야

너의 참다운 본모습에

반해버린 나를 기억할 때

이미 온 세상은

하얀 설원의 대지로

다시 태어난다


그때 가서야

나는 네가 꽃인 줄 안다


2823.11.12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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