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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15. 2024

갈대의 꿈

- 갈대의 소리

갈대의 꿈

- 갈대의 소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야 갈대야  너는 아느냐

네가 가야 할 곳 그곳을 말이다


갯바위에 산산이 부서져버린

나의 마음을 가지고

너는 조롱하듯 바람에 나부껴

춤을 추는 백로의  마음이 되어

너는 어디로 떠나가는가


바람에 몸을 맡기기도 전에

갈증 탄 마음을 달래기도 부족해

술독에 빠지듯 물에 목을 적시고


바람이 불어올 때면

너의 날갯짓은 천상을 떠돌듯

원을 그리다 허공이 되어

뿌리 없는 삶을 살아가는

너는 진정 바람과 같은 존재로

떠나야만 하였는가


갈대야 갈대야 너는 들리느냐

이 세상에 너를 위한 소리

바람에 비끼어 서로의 삶을 위로하듯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면

뼈를 깎는 아픔 대신 갈대의 사리가

으스러져 저 하늘에 바람에 날려

한 점의 구름이 되어간다는 것을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에 울창하게 흘러내리는

땅속 깊이 솟아오르는

힘찬 기상을 나는 너에게서 배운다


갈대야 갈대야

너는 무엇을 꿈꾸는가

하늘에 손을 뻗어 구름이 네 벗인양

하늘거리고 


땅에 눈을 감아 잎은 죽고 났어도

온 세상을 이어주고

강물이 바다로 거칠게 나갈 수 없게

갈대의 풍랑은

늘 물의 저항을 이긴다


갈대야 갈대야

너의 맑은 눈과

너의 아름다운 마음을

마치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우리들 스쳐 지나는 인연을 달래듯

소슬 피리 불어와 서로의 연정을 나누어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며

연약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너는

천생의 억겁을 어지고 쌓아가야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너는 나에게 있어 희망을 쫓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이다


갈대야 갈대야

너의 진정한 벗은 누구를 위함인가


새들에게 노래를 듣는 것이

하늘의 소리라고 한다면

꽃들에게 향기를 맡는 것이

대지의 숨소리를 듣는다고 한다면


그렇게 강을 떠나 살 수 없는 운명이

가히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인생이고

진정한 벗이 되어간다


갈대야 갈대야

너는 어떻게 살아왔기에

나 또한

너의 삶을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차가운 겨울날에

비에 젖어 처마에 서슬 퍼런

그렇지 않은 아침 햇살에 빛나

녹아 떨어지는 너의 눈물을 기억하고


흰 눈 내리는 들녘에  나 홀로 서서

흰 눈에 덮이어 더욱 무거워져

매서운 찬바람의 기세도 아량곳 하지 않는

그리고 흔들려야

아름다움을 말하려 함은


너의 고귀한 자태는

이듬해 훈풍이 불어오는 봄날이 오면

뿌리 속에 갇혀있던 마음에도

어느새 새순이 돋아나


흐르는 강물에 비친

네 모습을 바라볼 테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언제나 너는 나의  

부러움의 존재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봄인줄 깨어난 개구리 맹꽁이

2024.2.14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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