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의 배려
- 달이 지면 태양이 뜬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달이 뜨는 자리에서
나는 너의 별자리를
찾아 떠나는
어린 목동의 마음이 된다
태양이 지는 자리에서
나는 너를 다시 만날
달사냥을 떠나는
늑대의 울부짖음을
기억해야 해야 한다
달이 지면 꿈도 지고
슬픔은 어두운 숲 속에 갇힌 채
부엉이의 매서운 눈초리에
잡힌 어느 들짐승의
멍에를 둘러쓴 채 쫓기는
그 마음을 따라가야 한다
달이 지는 자리에
나는 너를 기억할 수 있는
수레바퀴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에
밤의 적막을 깨우고
물소리에 묻힌 채 신음하는
달빛의 어린 마음을
사랑해야 한다
태양이 뜨는 자리에서
더 이상의 밤길 헤맨 마음은
어느 순간의 아픔도 잊힌 채
다시 사랑할 줄 아는
구름 같은 사랑을
바람에 의존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아마도 지금은
또 다른 사랑에 예행의 연습을 위한
겨울나무가 겨울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다가올 봄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낙엽의 마음을 달래주는
겨울 찬바람의 배려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2024.1.13 용평리조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