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바람의 배려

- 달이 지면 태양이 뜬다

by 갈대의 철학

겨울바람의 배려

- 달이 지면 태양이 뜬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달이 뜨는 자리에서


나는 너의 별자리를


찾아 떠나는


어린 목동의 마음이 된다



태양이 지는 자리에서


나는 너를 다시 만날


달사냥을 떠나는


늑대의 울부짖음을


기억해야 해야 한다



달이 지면 꿈도 지고


슬픔은 어두운 숲 속에 갇힌 채


부엉이의 매서운 눈초리에


잡힌 어느 들짐승의


멍에를 둘러쓴 채 쫓기는


그 마음을 따라가야 한다



달이 지는 자리에


나는 너를 기억할 수 있는


수레바퀴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에


밤의 적막을 깨우고



물소리에 묻힌 채 신음하는


달빛의 어린 마음을


사랑해야 한다



태양이 뜨는 자리에서


더 이상의 밤길 헤맨 마음은


어느 순간의 아픔도 잊힌 채


다시 사랑할 줄 아는



구름 같은 사랑을


바람에 의존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아마도 지금은


또 다른 사랑에 예행의 연습을 위한


겨울나무가 겨울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다가올 봄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낙엽의 마음을 달래주는


겨울 찬바람의 배려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2024.1.13 용평리조트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