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는 창공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인간은 무엇으로 날까
- 새는 창공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시. 갈대의 철학
인간은
새처럼 날고 싶은 욕망에
하늘을 헤엄치며
땅에 도움닫기를 받으며
스스로 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폴짝 폴짝
푸드덕 푸드덕
양쪽 팔과
양쪽 손을
위 아래로 노젓듯이 하면서
최대 상승 높이 30센티미터
인간이 날 수 있는 것은
제자리 높이뛰기 30센티미터
제자리멀리뛰기 1 m50 cm
기껏해야
하늘을 향해서 높이 멀리 날아야
자기 키를 넘지도 날지도 못한다
결국
신을 찬양하듯이 갈망하고
신을 열망하듯이 염원하여
마음으로 다가서는 게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
단지
신의 섭리에 따를 수 있는 것과
교리를 따르며 추종하는 것에
만족과 희열을 느끼며
서서히 창과 방패가 되어간다
더 높이 첨탑을 쌓아올라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안부를 묻고
위안과 위로을 대신하여
공허한 마음을 전해 달라하며
마음을 달래어 간다
저 창공 위로
날아다니는 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일까
오늘 아침 산책길
매일 혼자 외로이 청계천을 지키던
왜가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로 날아갔을까
왜가리도 하늘을 대신해
저 창공 위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 버렸을까
신에게 날아가려 하는 것일까
또 다른 서식지를 찾으려
흔적을 지우고
남기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하늘 위의 흔적도 못 마땅하여 날아갔을까
멀리멀리 아주 멀리
먼지의 한 점으로 사라지는 것을
두 눈에 쌓여가는
햇 빛만이 반사되어 비추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