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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19. 2024

사랑한다면 무쇠 밥처럼 하라

- 사랑의 여진

사랑한다면 무쇠 밥처럼 하라

- 사랑의 여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랑한다면  밥처럼

처음엔 쌀을 불리고

사랑도 함께 불리고


가마솥뚜껑을 닫아 

쌀과 물의 배합을 맞추고

사랑의 눈높이도 함께 맞추고


장작불 관솔에 불 붙이고

금세 타오르다 식어가는

사랑이 되지 않게 하고


서서히 가마솥이 뜨겁게

우리 사랑도 달아오르고

아궁이에 불조절하듯

우리 사랑도 조절해 가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다시 아궁이에

하나둘씩 타오른 장작에

다시 불지피고

우리 사랑의 여진도 남겨놓고 


검은 숯댕이 될 때까지

잿더미 되어가는

마지막 잔가지

활활  타올라 잔불을 헤이 듯


우리  사랑도 화룡점정되어

불새 되어 날아가듯이

저 창공에 먼지 되어 날아가고


마지막 남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부지깽이로 잔불 정리하여


가마솥에  밥이 식어가지 않는

흐드러지듯 뜸을 들여 

김을 매이고


우리 사랑도 마지막 남은

사랑의 열정에 땀방울 맺히듯

한송 꽃이 피어나

꽃이 지는 다음 생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남겨두면서


가마솥뚜껑을 열기 전에 

피어오른 김서리에

삼층밥이 되어 갈 때


마지막 불꽃은

구수한 숭늉 같은 사랑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는 나는 영원히

그대와 밥 한 톨이라도 나눠가며

늘 배부른 사랑보다는

배고픈 사랑을 하며

함께 살아가리라


2024.3,19  수서역 &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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