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카페에서 두 여인
- 말괄량이 아가씨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기차 좌석이 있어도
좌석에 앉지 않았네
기차 열차카페 칸은
군대 마냥
삼삼오오 대열을 정비하는 곳
빼곡한 콩나물시루는 아니어라
빼빼로 마냥 일렬 정대로구나
출발역은 언제나
열차카페는 내 폼 차지
하루 일과의 끝맺음과 동시에
밀려오는 그리움은
언제나 떠나는 자들의 차지더라
긴 용꼬리에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을 잇고
거기에 열차카페는 정중앙
입석인 사람들에
희망의 안식처이자 보금자리
기차가 들어오는 길목마다
어디에서 멈출지 아무도 모르는
기관사만의 몫이 되어가고
아무리 노련한 사람도
방향 감각을 곧 잘 잃곤 하고
통계적으로 보면
플랫폼 정거장 번호 기준이지만
어디 세상사 그렇게 되느냐 말일세
엿장수가
가위질을 잘하든 못하든
어디까지나 못은
그네들 마음이거늘
드디어 경적 한번 울리고
나의 사랑 1907호
은하철도 999가 들어섰다네
객차 길 오르면
늘 기차 카페 옆은 내 차지
두 다리 쭉 뻗을 수 있어서 좋고
간혹 목에 갈증이 나면
친숙하고 익숙한
칼칼칼 컬컬 컬
카페 여주인의 정다운 목소리는
늘 이웃집 집 나간 바둑이 부르는 소리
시원한 콸콸한 맥주 한 캔을 마시자
에헤라 좋구나 지하자 좋네
안주 겸 겸사겸사 맛나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이 낫는구나
운이 좋으면 박스도 덤으로 깔고
앉을 수 있어서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일세 그려
그 와중에
참새 마냥 재잘되는 두 여인네여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구려
기차가 가는 곳으로
단지 몸을 의지할 뿐인데
녹아드는 피로감도 잠시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기차 터널 속 보다 더 길듯 이어지는구나
서로 마주 보는 눈길 속에
말 대신 눈빛만으로
서로의 사고와
감정과 텔레파시처럼
바라보는 풍경들이 가히 이채롭네
드디어 열차카페
주 통로를 장악한 그네들
지나가는 한 노인네의
잔소리는 아랑곳하지도 않으이
드디어 벌러덩 누웠버렸네
반듯한 옷매무시는 아니어라
지나는 이에게는 따가운 눈총도
그리 곱지 않은 시선도
맞교환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리
두 여인네여
그렇게 세상의 험난함을 잠시 잊고
너스러운 광경과 너그러운 익살에
그만 오늘 하루의 피곤함이
그들의 웃음 속에
마음까지 잠시 녹아내리게 하더니
하나둘씩 역이 정거할 때마다
처음일 때와 다르게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아
에어컨의 성능은
가히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네
카페 여주인의 3층 눈칫밥에
여객전무에게 춥다며
냉방 장치의 효율을 낮추고
그 틈새로 이어져온 사람들이
다시 삼삼 오오 대오 정렬이로구나
열차가 길어질수록
우리들 짧아지는 이야기는
못다 한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그리 초저녁은 멀지 않았으니
마지막 내리는 방송이 끝날 때까지
그네들의 방송을 엿듣다 보면
아니 깜빡 잊을세라
내리는 마음 염려될세라
몸은 출입구로
마음은 아직도
그네들의 수다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네
희미하게 짧게 여미어 매는
이야기의 동선은
기차가 마지막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
새로이 타는 물결 속에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는
언제나 웃음보따리 한아름 껴안고
어슴프레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저 멀리서 가가호호 집집마다
피어오른 연기는
다음날의 짧지 않은 긴 여정에
신호탄이 되어가네
2016.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