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꽃
- 고들빼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길가에 씀바귀 꽃
춤추는 노란 물결일 때면
불어오는 바람 타고
갈대의 흐드러짐을
이야기한다
꽃밭에 피어나지 못해
들꽃이 되려다
들녘에 피어나지도 못한 채
제 집도 아닌 것이
빈대살이처럼 꼰살맞게
피어나 소박맞으며
연장 없는 손으로 집어 먹을 때면
이보다 더한 맛은
이 세상에 또한 없으리다
꼬들꼬들 밑반찬 대신
김치도 아닌
겉절이도 아닌
우리 집 밥상 위에 수놓는
황후가 차러 놓은
위대한 밥상의 도둑
자진모리장단에 맞추다
그대 식타위에 얹어놓은
묵은지 되어 갈 때면
어느새 당신은
유채꽃을 닮아가고 있었다
흰 씀바귀 꽃 피어나면
하얀 소반 위에 재워놓은
당신의 정성을 말하고
노란 씀바귀 꽃 피어나면
은은한 불빛아래 화병에 꽂아둔
당신의 사랑을 말할 테요
2024.6.1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