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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05. 2024

도둑과 사랑

-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도둑과 사랑

-  도둑이 제 발 저리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그대 마음을

홀릭하였기에

나는 그대 마음의

도둑이 됩니다


그대는 나의 이성의 감각을

무디게 하였기에

그대는 나의 사랑이 됩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훔쳤기에

평생 동안 보물인양

그대 가슴 빗장의 수문장이 되어

죽는 날까지 영원히 간직할 것을

하늘에 맹세하였으니


나는 그대에게

도둑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대가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기에

나는 그대 몰래 홀로 핀 야생화의

마음을  달래줄 요량으로

사랑을 간직한 외사랑에

새장 속의 새를 키웁니다


간혹

처음에는 나만 간직한다는 욕심이

사심을 불러일으켜

그만 그 꽃은 햇빛을 보지 못해

시들 시들해져 가고

얼굴 또한 창백하게 변해갑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다가선 마음이 아니었기에

더욱 나의 목마른 갈증을

해소할 수없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하늘높이

수평선 멀리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


홀로  사랑도

홀로서기가  있었기에

그 마음을 놓아주기로 합니다


지금에서야 지나온 지남철 따라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는 그늘막이 있다는 것을


이윽고 나는

더 이상 그대를

바라보지 않았도 됩니다


왜냐하면

나 말고

다른 이들이 또다시

문전 노크를 하듯 다른 마음들이

저와 같은 전철을 밟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대와 나는 서로 피장파장

서로 윈윈 하는 사이였군요


눈팅만 바라보는 사이

나의 눈은 더 이상

그대에게

외눈팔이가 지 않습니다


한때는

정 하나에 이끌러

내 모든 것의 운명을 걸었을 땐

그때의 마음이 좋았던 시절이

행복한 도둑의 마음이 됩니다


한마음은 기다림에서 사랑을

또 다른 한 마음은

그리움을 간직한 채로

도둑의 마음이 되어

서로 다른 강물을 바라보는 것은


언젠가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어느새 한 물줄기가 되어가듯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마음이 되어가서입니다


2024.6.30 제천 의림지에서 오리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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