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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피어났구나

- 억새도 피어났더구나

by 갈대의 철학

갈대가 피어났구나

- 억새도 피어났더구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대가 피어났구나

억새도 피어났구나


어김없이 해가 바뀌고

너를 그리워할 때쯤이면

나를 위로해 주고

나를 너의 슬픔에서 건져주는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갈대야

억수로 네가 피어나면

억새가 구슬프게 울어 제친단다


나는 너의 의로운

이러한 모습이

나와 같아서 좋더라


갈대의 바람이 불어온다

산등성이에

억새의 바람이 불어온다


갈대의 꽃이 피어난다

억새의 꽃도 피어난다


갈대가 피어나듯이

억새도 피어나고

우리가 한날 한시에 만나는

인연의 운명을 지녔기에

우리네 인생의 마지막도

함께 떠날 채비를 염려해 둔다


가을바람 불어오는

언덕에 서서

너와의 지난날


춤추듯 흔들리는 갈대는

너에게로 가는 마지막

소망의 기차를 탄다


가을바람 불어오는

언덕에 서서


그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나는 그대에게 흔들리는 갈대


그 속에

너와 내가 담긴 철학은

일맥상통한 바람의 몸짓에

연약해 보이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강인함을

지닌 너와


흐르는 강물 따라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세상의 이치와 변화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존재인

너와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꾸는

삶의 밑천이자

생의 목적이 되어가는

갈대의 철학이 되어간다


우리는 갈대처럼

강가에 살아 물의 흐름을 조절해

떠내려오는 인연의 끈이 되어주고


우리는 억새처럼

산과 들녘에 넘나드는

구름의 일생을 함께 하는


너와 나의 모습은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삶의 풍파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선구자이자 개척자가 된다


우리가 함께 하면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갈대의 철학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바람에 꺾이고 흔들리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는 우리는

자연의 순리와 섭리에서

너와 나는

갈대의 철학의 인생을

논하리라


그 틈바구니에서

또 다른 너와 나의 인생에

끼어드는 슈크렁이

크렁크렁한다


2024.9.12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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