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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입김

- 일장춘몽

by 갈대의 철학

안개와 입김

- 일장춘몽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부드러운 입김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뱀 기어오르듯

내 온몸이 독에 물린 듯

전기에 감전되듯 경직되어 버렸다


안갯속을 헤집고

내 집 드나들듯이 하는

그대의 촉촉한 입김은

오랫동안 갇힌 내 비문의 끝을

노크하며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나의 마음은


그대에게 불어온 안개더미를

진공청소기 마냥 흡입하였다


안개인 듯이

입김인 듯이

낱알의 떨어진 사랑의 껍질들을


나는 알 수 없는

무아의 경지에 도달하여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나의 사랑아

나의 봄은 언제였던가

이 가을날에

일장춘몽이 웬 말이련가


2024.10.12 강변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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