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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 하나

- 가을의 시작

by 갈대의 철학

갈잎 하나

- 가을의 시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잎 하나 물들였다고

가을의 시작임을 알아간다면

나는 지난여름을

떠나보내지 않았을 테다


갈잎 하나 바람에 흔들렸다고

내 마음도 흔들리니

가을이 왔다고

감히 말하지 않았을 테다


갈잎 하나 바람에 떨어져

이리저리 뒹굴었다고

만추의 시작이라고


사랑의 완성이라고도

말하지도 않으리


나의 가을은

찬이슬 내려 서리가 맺혀

햇살에 핏빛보다

더 진한 단풍 위에

하얀 잔설이 내려와


만추에 못쓸 바람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을 마음 하나

지켜가는 것


그제야

내 사랑을 예찬할 수 있다고

말하렴 할 테다

2824.10.9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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