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산에 산에 사는 새는
- 산에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산에 산에 산에 사는 새는
- 산에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에 산에 산에 사는 새는
가시밭 길 날아든 새
천리 타향 길 멀다 하여
이산 저산 님 찾아 헤매다
지쳐 쓰러져
어느 이름 모를 가시에 찔러
더 이상 날아가지 못한 채
그곳에 멍석 되어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에
님 소식을 전해달라 하네
산에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우리 님 댕기머리에 꽂아 둔
접동새 한 마리 날다
입에 물고 떨어 뜨려 피어난
바람에 아홉 번
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니고
태어난 꽃
나는 그 꽃을 사랑하고 말았네
산허리 축 지나
운해물결 사이사이 둘러싸여
보일 듯이 말듯이 피어난
꽃 한 송이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보았네 보았다네
우리 님
저 멀리서 손짓하던 것을
그곳으로 달려가 손잡고
어느새
찬바람 불어와 정신을 차리니
내님의 손길대신
벼랑 끝에 놓인
나뭇가지를 붙잡고 말았네
2024.10.20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