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철들 때

- 산전수전

by 갈대의 철학
비내리는 고모령.김민국

자식이 철들 때

- 산전수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제야 철들어 찾아뵈오니

어디 계신고 우리 엄니

어머니 아플 때 공경 못해 떠나고


강남 갔던 제비

박 씨 하나 물어와 호강한답시고

싸리문을 여니


인기척 대신 싸늘한 찬바람만이

휑하니 불어오는구나

이를 어이할꺼나


나는 알았네

떠남으로써 알고

머물 때에 그 마음이었다는 것을

높고 높은 기개에 헤아리지 못했던

그 마음들을


그제야

철이 들어가려 할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나의 마음은

이미 바람에 스쳐 지나는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라


가엾은 내 인생

일찍 철들었으면

그 흔한 산전수전도 마다했을 텐데

떠남은 늘 내 마음에 여유를

남겨두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


이리저리 산전수전을 모두

겪고 난 후에라야

돌아와 부모님 뵈려 하니

떠나간 마음이 어찌 모천회귀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랴


한 번 흘러 떠나간 물은

두 번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오지 못하니


그제야

내 눈물 흘린다고

강물에 흘러 떠내려 간 물에

마음을 희석했다고

어머니 바다에 이르러하면


내 마음의 위로를

어찌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랴


2025.5.9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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