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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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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이야


네키 보다 훌쩍 큰


소군산 진달래 피는


동산에 올라가지 말아라



능선길 따라


즐비하게 피어난 그 꽃을



태양을 등진채 바라보면


지난 시절


꿈 많던 청춘이 그리운 채



덫에 빠져 허우적


늪에 헤어날 줄 모르는


지난 소싯적


옛 동무 그리워


진달래 꽃에 마음 빼앗긴 사연을



태양을 바라보고 서있으면


망태아저씨


조각나 흩어진


나의 지난 얼굴들을


주섬주섬 주셔 들다



잠시 후 봄바람 불어와


간신히 내 이름 석자


진달래 꽃밭에 날아와 앉았네



영희야


철희야


꼭꼭 숨어라



망태아저씨


그쪽으로 지나간다



진달래 꽃 밭에


성큼성큼 숨어라



망태아저씨


진달래꽃 무서워


오금 저리다


저 멀리 달아나네



망태 아저씨


덧없이 덫 놓다



진달래 꽃밭에 갇혀


덫에 걸려들어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을 등진 채


저물어 가고 말았네


2025.4.4 남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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