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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이 필 무렵쯤이면

- 사랑하는 이가 돌아온다던

by 갈대의 철학

작약이 필 무렵쯤이면

- 사랑하는 이가 돌아온다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작약이 필 무렵쯤이면

나는 지난

여름을 이야기합니다


철 지나지 않아

사랑했던 아이들과


철 지나 외롭게 떠나간

사랑하지 못했던 이들과


그들이 모두 떠나간 뒤에

홀로 남겨진 추억의 향기들


나는 무엇이

그토록 애타게 그리워

이 깊고 깊은 두메산골에

나 홀로 남아


한 소년이 길을 잃은 마음을

위로도 하지 못한 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방황하며 헤매었던 마음들


저 멀리 바람 따라 전해져

깊고 깊은 향기에 취해

멀리 이국 만리타향 떠나 온길은

구름에 둘러싸여 갈 곳 잃은

구름 속 거니는 나그네의 발길


계곡 한 자락에 아름드리

수북이 피어난 절세의 청춘이

길 잃은 영혼들에 춤을 추며

하늘나라 선녀를 불러내리네


2025.5.26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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