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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 꽃잎

by 갈대의 철학

꽃길

- 꽃잎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면


나는 다음 생을 위한


예행연습을 기다립니다



그때가 다가오면


부채질하는 비에게


이렇게 말해줄 거예요



내 생에 봄날은


아직도 시들지 않았다고


내리는 비에게


더욱 세차게 내려달라 고


속삭여 줄 거예요



꽃잎이


바람에 날아갈 때면


떠돌다 지쳐 쓰러져


일그러져간 나의 옛 자화상이


꿈꾸며 피어나던 곳



옛 안산밭 동산에 묻어두었던


다음 생을 위한 길잡이


그 생의 중간의 기로에서



나는 오늘도


한 햇살에 의지한 채 피어난


한 꽃을 위해


지고 지순한 사랑의 꽃길이 되어


꽃이 피고 지는 마음을


달래어 갑니다


2025.5.26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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