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귀화 2

- 당신의 눈썹을 닮은 자귀화 꽃이 피어나면

by 갈대의 철학

자귀화 2

- 당신의 눈썹을 닮은 자귀화 꽃이 피어나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청춘의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돌아오면

자귀화를 닮은

당신이 생각납니다


알록달록 청사초롱

밤 불 밝히듯

피어난 자귀화 꽃을 수놓은

맵시 고운 한복을 입고

시집온 그날이 그리울 때면


자귀화 한 송이를 담아

꽃비녀 수놓듯

당신의 머리에 꽂아두면

옛사랑에 묻어난 향기에

이내 벌과 나비가 날아듭니다


은은한 자귀화 꽃 향기가

내 코 끝을 건드리며

살가운 꽃바람에 풍겨져 오면


당신의 눈썹을 닮은

자귀화 꽃순을 따다

부엉이 울음 그친 칠흑 같은

그믐달


살포시 두 눈 감기운

당신의 이마에 키스

살가운 바람에

파르르 사시나무 떨듯한

자귀화 꽃처럼


당신의 눈썹도 함께 흔들릴 때면

그날에 흔들리는 사랑과 함께

고뇌했던 마음도 함께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아갔습니다


솜털보다

아기의 보송보송 한 흰 살결보다

더욱 부드러운 자귀화 꽃을

붓으로 만들어


내 이름 석자 위에 먹을 찍어

당신의 이름 석자를 내리며


나는 당신의

끝없는 사랑에 낙인을

당신은 나의 영원히 남을 가슴에

낙관을 새겨놓아


다음날 여명이 밝아오면

그날에 침묵한 일들을

새삼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연을 뒤로 한채

자귀화 꽃 향기에 취해

다시 한 마음이 되어갑니다


몹쓸 바람에 흔들리는 자귀화

2025.6.20 강변 산책길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