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에 안경
- 제 너머 안경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제 너머 안경에는
누가 살기에
이토록 선명하게
바라봐야만 하는가?
너무 선명하고 세밀해서
나는 그만
너의 모든 것의 치부를
못 볼 것을 바라보았네
잠시 후
고개 마루 정자에서
안경을 벗어 놓은 채
불어오는 바람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씻기 우니
그저 모두가
똑같은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제 눈에 안경에는
누가 기다리기에
그토록 안경을 치켜세우고
바라보아야 하는가?
제 너머 고갯마루에
님 오시는 길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씻겨보아도
그 님은 보이질 않고
제 눈에 안경 너머에는
어느새 불어오는 바람에
안경을 쓴 듯 아니 쓴 듯이
안개처럼 뿌옇게 다가오는
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야만
바라볼 수가 있는 마음
그저 내 님일랑 하거니 하며
문전을 서성 거리고
그냥 지나는
옛 터 일랑 벗하며
나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그곳을 지나치지 않으며
그냥 기다리기로 했네
2025.7.9 안경 너머로 보름달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