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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영원사 폭포 아래에 서면

- 신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영원사 폭포 아래에 서면

- 신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치악산 깊고 깊은 계곡

맑은 물 한 자락에 흘러내리는


단아하게 내려앉아

맵시입은 옷고름에

흰나비 사뿐히 내려오듯

저고리 매듭짓듯 앉은

물 흐르는 소리에 묻히면


세상의 모든 시름의 소리가

잠재워 간다


이 얼마나 고요하고

숭고한 대 역사의

한 장르의 평화로움이 아니던가?


세태에 찌들어 가는

나의 눈은

거짓과 진리와 진실의 사이에서

공존만이 살아남아


뭍 위에 올라온 갓 파릇파릇한

물고기의 식어가는 눈빛으로

나그네 되어 방황길에 오르고


진실이 거짓이 되어가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가는

현실에서


나는 이미 속세의 찌든 때를

벗어놓지 못한 채 도태에 빠져

도탄의 허우적 거림에 발버둥

이곳에 발길을 옮겨

천사의 날개를 찾아 떠난 지가

오래되었다


자 보아라

들리는가?

들려오는가?


우렁차게 내뿜는 저 강인함에서

우러나오는 거대한 물줄기의

보이지 않는 무언의 형체들을


떨어지는 물방울에 소용돌이치듯

살아 날아오르듯

영원사의 깊은 계곡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운다


오로지 이곳에서만이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두드릴 수가 있나니


한 길

한 폭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자연에 도전하는

일말의 태연함을 보여 주지 말아라


그렇지 못하면

이곳에서 신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가위눌리듯

계곡의 찬서리에 얼어붙듯

떠나지 못한다


그대들의 전달자

신의 목소리는

오직 이곳에서만이

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가 있다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

영원사 폭포아래 서면

나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 숨 쉬며

이 숲을 지키며 가꿔가야 할 운명

영원사 계곡의 파수꾼이 된다


2025.7.27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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