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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 나리꽃

- 울 밑에 서리꽃

by 갈대의 철학
꽃바람. 한가빈

담장에 나리꽃
- 울 밑에 서리꽃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담장 밑에 나리꽃
작열하는 태양아래
너마저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움도 아니다
그저 알량한 자존심 하나 지키러
울 밑 담장 밑에선
해마다 끝 여름을 타야만
진정으로 들꽃이라 불러보는 너

나는 그 꽃을
뜨거운 여름날
태양의 불꽃이 마지막으로

타다 남아
피어나는 꽃이라 부른다

나는 이곳을 지나치다
너를 바라보고 뻘쭘한
너는 나를 빼꼼히 쳐다본다

그러다 잠시 후
나의 발걸음이
또다시 가던 길에 멈추고


너는 삐쭉이 내민 담장 고개 사이로
지나는 이의 눈 빛 서러움도
감당하지 못할
태양의 눈빛을 대신하여


여름의 대미를 장식하는
식어가지 않는 여름 서리꽃이
되어간다

아랫마을 썸 타네

썸을 타
그네 타네

저 멀리
들려오는 이야기 꾼에

남원엔 그네 탄 한 아낙네 있어
건너 담장 보쌈 바라보듯
힘찬 도리질 바람 가르며 오르고

펄럭이는 오색 색동저고리

나풀거리며
더 높이
더 멀리
더 넓게
담장 너머 고개 내민
옛 춘향이의 수절을 그리다

나도 그 사랑받고 싶다고
고개 들어
너는

본모습을 바라보고 싶다고 한다

참나리 꽃

2025.7.26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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